검은연탄 == 살아져가는 연탄이야기

관리자
2024-09-25

연탄 준비는 월동준비 제1호로 꼽혔다. 광업소에서는 연탄표를 지급하는 복지제도를 시행했다. 1970년대의 연탄배달 차량은 딸딸이로 불리던 삼륜 화물차로, 사택 단위나 마을 단위로 찾아다니면서 공터에 연탄을 내려놓았다. 남자들은 지게로 10∼20장을, 여자들은 대야에다 대여섯 장을 담아 이고 날랐으며, 아이들까지 가세해 손으로 들고 날랐다.


가을 어귀에만 들어서면 월동준비ㄱ로 미리미리 연탄을 받아들였다. 금방 찍어 나온 젖은 연탄은 가스 발생이 많기 때문에 가을에 미리 받아두면 연탄이 말라 불도 잘 붙고 가스 발생도 적어 좋았다. 연탄 준비는 배추김장과 더불어 월동준비 제1호로 꼽혔다. 특히 연탄파동이라도 나면 연탄은 더 없이 귀한 존재가 되었고, 전국에서 탄광촌만 쳐다보느라 탄광촌은 모처럼 귀한 존재로 대접을 받았다.

연탄연탄


큰 광업소에서는 탄광노동자에게 연탄표를 매달 지급하는 복지제도가 있었다. 지급 받은 연탄표를 모아두었다가 초가을부터 연탄을 받기 시작한다. 탄광촌 사택에는 연탄창고가 있지만, 300장 이상 넣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겨울철에 연탄배달이 급증하는데, 겨울철에는 연탄을 주문하고도 보름씩, 심할 경우는 몇 달씩 기다려야 했다. 연탄 오는 날이 확정되면 온 가족은 만사를 제쳐놓고 기다렸다. 1970년대의 연탄배달 차량은 딸딸이로 불리던 삼륜 화물차로, 사택 단위나 마을 단위로 찾아다니면서 공터에 연탄을 내려놓았다. 주민들이 신청한 숫자대로 누구는 한 바리(연탄표 1장, 연탄 138장), 누구는 두 바리 혹은 세 바리 하면서 뭉텅이로 남겨둔다. 그러고 나면 탄광촌 주민들은 각자 표시된 자기 집 연탄을 나르느라 온 가족이 부산하다.


연탄은 사택 입구나, 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골목 앞까지만 배달해 주기 때문에 연탄을 나르는 일에는 가족들이 모두 매달렸다. 남자들은 지게로 한꺼번에 10∼20장을 져 나르기도 했고, 여자들은 대여섯 장씩 고무대야나 세숫대야에 담아서 이고 날랐다. 또 아이들은 한 장 혹은 두 장씩 두 손에 안고 날랐으니 온 가족이 출동한 셈이다.


1970년대 후반 들어서는 연탄 나를 때 요긴한 것으로 연탄 두 장 혹은 세 장까지 한 번에 들어 올리는 연탄집게가 나왔다. 이런 집게는 광업소에서 만들어져 광부들끼리 서로서로 구하다 보니 한두 개쯤은 집집이 갖고 있다. 손도 지저분하지 않고 한꺼번에 많이 나를 수 있어 상당히 요긴히 애용됐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연탄 나르기는 아내나 아이들의 몫이다. 산동네의 연탄 나르기 모습은 진풍경이다. 어린아이들은 연탄구멍에 새끼줄을 꿴 연탄을 양손에 들고 나르고, 초등학교 고학년쯤만 되면 나무로 된 과일 궤짝에 연탄을 싣고는 서로 밀고 당기면서 나른다.


1990년대 들어서는 연탄공장에서 직접 사택 창고에까지 배달했다. 배달 요금 5천 원을 따로 지급할 정도로 경제생활의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한겨울에는 연탄공장이 바빴으므로 웃돈을 주더라도 집안 창고까지 배달할 수 없다. 그러자 연탄을 창고까지 1장당 10원씩 받고 배달해주는 일꾼이 나타났다. ‘배달이 필요한 사람 없을까?’ 하고 배달차량을 뒤따르며 날품 파는 인부들이다. 그들은 연탄배달로 입에 풀칠했다.


수타식 연탄찍는 기구수타식 연탄찍는 기구


전문으로 연탄을 나르는 사람들은 사택용 아파트 2층 3층까지 연탄을 휙휙 던지면서 순식간에 연탄 두 바리를 다 날랐다. 연탄공장에 배달을 의뢰한 경우라면 배달 중에 깨어진 연탄을 보상해준다. 연탄창고에다 연탄 쌓는 일은 보통 어른들 차지였다. 잘못 쌓으면 한 줄이 왕창 무너져 깨지기도 하고, 또 연탄이 적게 들어가기도 했으니 넘어지지 않도록 차곡차곡 쌓는 기술이 필요했다. 깨어진 연탄은 한 장이라도 버리지 않고 마당 앞에 따로 잘 보관을 했다. 깨진 연탄을 쌓아놓고 비닐 같은 것으로 덮어놓은 무더기는 사택골목의 흔한 풍경이다. 깨진 연탄이 모이면 이웃집끼리 서로 날을 맞춰 연탄 만드는 일꾼을 불렀다.


연탄을 찍는 인부들은 연탄모형의 틀에 부서진 연탄부스러기를 넣고 나무망치로 때리면서 한장 한장씩 찍어 냈다. 수타식으로 연탄 찍는 사람들은 보통 부부가 같이 다니곤 했는데, 연탄을 찍다가 동네에서 내어준 막걸리를 마셔가면서 흥겹게 연탄을 찍어댔다. 연탄을 찍을 때 막걸리라도 대접해 그들 기분이 좋아지면 연탄을 알뜰히 찍어서 한 장이라도 더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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